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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c toi

(너와 함께)

w. 대리


사람들은 위험한 때가 온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상냥한 사람이 생명의 위험을 느꼈을 때
 상냥한 모습 그대로 일까.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순간, 나의 선택에 의해 정해지는 것을 딜레마라고 한다. 두 갈림길에서 선택하게 된다.

 

 

 

 

 

 

붉은색이 하늘을 덮는 노을 시간, 사람들은 차근차근 자기의 휴식공간으로 돌아간다. 어떤 사람에게는 집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친구 또는 연인이 될 수도 있다. 아침과 똑같이 바쁜 사람들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이 세계를 공포에 집어넣을 시발점이었다.

 

 

 

 

 

 

 

 

 

 

 

 

 

 

 

 

 

 

 

아침 해가 뜨자마자 석진은 등교를 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는 연하 연인을 빨리 보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는 거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석진의 연인, 정국은 핸드폰을 하면서 석진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달달 볶는 친구들의 톡에 답장을 해주면서 기다리면 석진은 금방 나오기 때문이다. 학교 등교시간은 8시 30분. 하지만 석진과 정국 둘이 만나는 시간은 7시였다.

 

 

좀 더 오래 걷고 싶어서 일찍 만나 돌아서가는 것을 2년째로, 다른 학생들이 등교 할 때까지 서로의 반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도 2년째이다. 고등학교가 2년째라는거지, 더 기간을 세보자면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석진과 정국은 서로를 만나왔었다. 비록 사귀는 건 3년째이지만 말이다.

 

 

언제나처럼 서로 손을 잡으며,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거나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학교에 도착한 둘은 정국의 반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서는 싱긋싱긋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손장난도 치며 서로를 향한 눈이 달달 해져가는 그때,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학교 복도에 퍼져갔다. 둘은 그것을 기점으로 석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올라오는 소리부터, 떠는 소리가 퍼지는 학교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미친, 야 이거 봐봐"

"뭔데 그래?"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던 한 남학생은 자신이 보던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명에서 두 명,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어나는 친구들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작은 화면으로 SNS에 올라온 영상을 신청하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는 남자 한 명과 입가에 피를 머금고 있는 남자가 영상에 잡혔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겹치면서 들리는 영상 너머에는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떡하냐고, 신고해야 하지 않냐는 말이 오가던 중,

 

 

뚜뚜둑―

 

 

어디 뼈 마디 하나가 꺾이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던 남자가 허리의 힘으로 일어나더니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달려들었고, 그 사람의 살을 뜯어내더니 지하철 안 바닥은 피로 고여있었고, 한 순간 혼비백산으로 여러 곳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나가기 위한 난장판이 되었다.

 

 

"미친, 영상 퀄리티 봐"

"쩐다니깐? 좀비물같은데 진짜 리얼해"

 

 

영상을 다 본 학생들은 리얼하고도 사실스러움에 대박이라며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교실 문이 열리고서는 선생님이 들어왔다. 석진은 모였다가 각 자리로 흩어지는 친구들을 보고서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반복되는 생활은 지겨움을 느끼게 했다. 석진은 수업을 하든 말든 오로지 창 밖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연하 애인인 정국이를 빨리 보고 싶을 뿐이었다.

 

 

 

 

 

 

 

 

 

 

 

 

한편, 길거리에는 평화롭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괴상한 울음소리가 귀를 자극했고, 곳곳에는 피가 묻은 사람이 다수 등장했다. 죽은듯해 보이는 창백한 피부와 흰자뿐인 눈동자. 바짝 서있는 핏줄과 어디 한곳은 살이 뜯겨 뼈가 보일듯한 사람이라고 하기에 죽은 시체 같은 것들이 도로를 꽉 채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물어 뜯었고, 물어 뜯긴 사람들은 그들처럼 되었다.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좀비같았다.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는 사람부터 잡히지 않기 위해 죽어라 달리는 사람까지 도심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런 도심을 하늘에서 찍는 헬기는 각종 방송사에 영상이 넘어가면서 현재 상황을 중개하기 시작했다. 또한 핸드폰으로 그 모습을 찍은 사람들로 인해 도심의 모습은 SNS를 타고 넓은 곳까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학교의 모습도 남 다르지 않았다. 방송실에서 들려오는 공지와 함께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본 학생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재미있다고 낄낄거리면서 보던 영상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석진 또한 방금 전 실제 같다면서 친구들이 보던 영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이건 장난이 아닌 실제 상황이었고, 그 동안 봐온 좀비 영화보다 더 리얼했고 느리기는 무슨 빠르기만 했다. 모든 학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공포에 찬 학생들은 학교를 빠져나가려 교실에 박차고 나왔다. 석진 역시 자신의 반에 나와 정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국아!"

"석진이 형!"

 

 

정국에게 달려가 안긴 석진은 목에 얼굴을 묻히고서는 정국이 만의 체향을 맡기 시작했다. 무서움의 극을 치르고 있던 긴장감이 정국의 체향과 함께 잔잔해 지는 것을 느꼈고, 정국이 역시 석진을 안아 온기를 느꼈다. 진정이 되었는지 석진은 정국의 손을 꽉 잡았다

 

 

"정국아, 이거 그, 영화에서만 보던 좀비인거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좀비인 것 같아요"

"망했어... 근데 학교가 안전할까?"

"아직 학교 안은 감염자가 없으니 괜찮을 거에요"

 

 

 

「지금부터 학교의 교문을 닫겠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각자 반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과 동시에 석진과 정국은 떨어지기 싫다는 행동과 아쉽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라진 학생이 있는지 인원수 체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이 상황이 정국은 웃으면서 석진의 볼에 뽀뽀를 하고서는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하지만, 안전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등교를 하던 중 한 사람에게 손을 물린 학생이 있었던 것이다. 몸이 너무 아파서 화장실에 간 사이에 뉴스가 틀어졌고, 무서워서 화장실로 달려간 학생에게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학생이 물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학교도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이미 몇 명의 학생들이 물려 좀비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석진의 반으로 죽어라 달려온 여학생은 이 사실을 알렸고, 석진은 바로 정국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안했다. 정국이 아무리 운동을 하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라고 해도 연인으로써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거였다.

 

 

 

 

"정국아!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요. 형?

"내가 지금 너희 반으로 갈게, 거기서 기다려"

-형?, 무슨 일인데요. 네?

"학교도 안전하지 않아. 그러니깐 무기 같은 거 들고 있어"

-형!!

 

 

 

석진은 정국의 반으로 가기 위해 교실 문을 열었다. 다행이 아직 자신의 층까지 좀비가 올라오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자신보다 아래층에 있는 정국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교실에 있던 밀대를 들고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6층에서부터 4층까지 내려가야 했던 석진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잘 되길 빌 뿐이었다.

 

 

 

 

한편, 석진의 전화를 받은 정국은 석진이 걱정되었다. 교실 안에 있어서 복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 그저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서는 위층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들로 쉽게 현재 상황을 알 수가 있었다. 정국은 반에 있는 밀대를 들고서는 교실 문을 잠갔다.

 

 

 

"뭐야, 전정국 왜 저래?"

"나도 몰라, 야 문은 왜 잠가?"

"학교에도 좀비 떴다."

 

 

 

웅성웅성, 정국의 말 한마디에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혼란스러웠다. 가장 안전한 곳이 학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학교도 위험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뭐 때문에 학교에 좀비가 나온 거지?

 

 

 

"아니, 학교에 어떻게 좀비가 있어? 닫았잖아"

"몰라, 등교 때 물렸나 보지"

"되는 일이 없냐..."

 

 

 

그래서, 우리 반에 운동한 애들 없냐, 정국은 해탈해 있는 친구들을 둘러보았고, 그 중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나 검도하고 있어 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친구에게 정국은 교실에 있던 밀대를 한 개를 던졌다.

 

 

 

"잘 됐네, 나랑 같이 서있자"

"그래, 그보다 너 아까 전화하지 않았어?"

"아, 응"

"누군데?"

"내 연인. 우리 반으로 온데"

 

 

 

정국은 밀대를 들고서 조금하게 뚫려있는 유리창 너머로 복도를 보기 시작했다. 흰 벽에 묻어있는 피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느낌이었다. 정국은 아무일 없이 자신의 연인인 석진이 다치지 않고 자신의 반까지 오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질 때였다.

 

 

 

정-국-아-!

 

 

 

생각에 잠길 때쯤, 조금만 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석진은 정국을 부르고 있었다. 이에 정국은 빠르게 교실문을 열고 닫았으며, 단정한 교복에 대비되게 교복 가디건에 묻은 피는 현재 상황을 다시 한 번 뇌리에 박아주었다. 정국은 자신의 가디건을 석진에게 건너주었고, 석진은 정국의 가디건으로 갈아입었다.

 

 

 

"일단, 지금 상황을 알려줄게"

"응"

"등교할 때 한 명이 물렸는데, 그게 결국 번져서 학교에도 좀비가 바글거려"

"…살아 있는 사람은?"

"각자 팀을 만들어서 다니거나 해서 꽤 있지만, 글쎄 잘 모르겠어"

"근데 계속 교실에만 있을 수 없잖아"

"돌아다니거나, 학교에서 빠져 나와야지"

"형, 그럼…."

"안돼, 많이 모여서 다니면 그게 더 위험해"

 

 

 

석진은 정국이 할 말을 알고서 먼저 말을 가로채갔다. 정이 많은 정국은 자신의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랑 함께 다니고 싶어하지만, 큰 리스크를 달면서까지 다니기에는 아직 학생신분이었고,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는 총소지가 안돼서 학교에 있는 가장 딱딱한 밀대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 뿐이었고 밀대가 부러지거나 할 경우에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석진은 이성적으로 생각을 했고, 최대한의 가능성을 열어둘 뿐이었다.

 

 

 

"넌 아직 학생이야. 다 살릴 순 없어"

"하지만, 그래도 형…"

"정국아…, 지금은 우리 몸 지키기에도 힘들어…."

 

 

 

이에,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교실에 있는 것들로 손에 쥐고서는 짐 거리가 안되겠다고 말을 하고 둘을 바라보았다. 결정을 내린 학생들의 눈빛에는 모든 걸 각오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당연히 석진과 정국이 역시 죽을 각오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자신의 후배들이 각오하는 모습에 결국 한숨을 쉰 석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교실 밖, 복도를 바라보았다. 바글거리지는 않지만 한 스물 마리 정도 되어 보이는 좀비들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되는지 석진은 머리를 굴러보았지만 그렇게 좋은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근데, 학교를 나와도 어떻게 나갈 거에요?"

"그, 학교에 통학 버스 있잖아"

"우리가 운전할 줄 아냐?"

 

 

 

투덜거리며 학교 탈출 후를 생각하는 학생들을 힐끗 보고서는 다시 복도 안에 있는 좀비를 바라보았다. 청력이 안 좋은 건 아니다. 청력보다는 시각이 나쁜 좀비였다. 하지만 이렇게 떠들고 있는 우리들의 존재를 몰랐다. 좀비영화를 좋아하는 석진은 빠르게 좀비를 분석해나갔고, 옆에서 같이 좀비를 보던 정국은 어디를 날려야지 한방에 죽는지 좀비를 관찰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심각한 위기에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 핸드폰을 들어서 SNS에 올라오는 영상부터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을 보고 있었다. 각종 이야기들이 퍼져갔고, 알아낸 거라고는 이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학생이 하는 말을 들은 석진은 혀를 찼다. 아직 좀비에 대한 분석이 하기 어렵다. 이왕 밀고 나가야 하는 것뿐인가.

 

 

 

"형, 좀비 머리를 자르거나 머리를 찌르면 될 것 같아"

"…어?"

"심장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 효과가 없을 거고, 나도 형 따라 좀비 영화 많이 봤잖아. 다른걸 잘라도 움직이는 녀석들이라면 머리를 찔러서 뇌를 죽게 하거나, 머리를 짤라 버리는 것 밖에 없잖아?"

"그렇지, 찌르는 것보다는 자르는 게 효과가 좋을 거야"

"그럼 밀대를 뾰족하게 만들어야겠네"

 

 

 

정국은 문에서 떨어져서 밀대를 커터 칼로 끝을 뾰족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멍하니 정국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학생들은 이제서야 핸드폰을 내려놓고서는 길게 되어있는 밀대와 빗자루의 끝을 뾰족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석진은 살짝 미소를 짓고서는 다시 좀비를 관찰해나갔다.

 

 

시력이 나빴지만 청력은 좋았다. 분명히 하나가 나쁘면 하나가 좋아야 했지만 교실에서 말을 해도 좀비들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럼 무엇에 좀비들이 움직이는 걸까. 석진은 하나의 실험을 위해 주위에 있던 다 먹은 캔을 집어 들고서는 문을 열었다. 움찔- 가만히 있던 좀비들이 움찔거리더니 교실을 바라보았고, 석진은 캔을 교실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곳으로 던졌고, 이에 좀비들은 캔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이로써 이 좀비들은 청력도 시력보다 좋을 뿐,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청력+땅의 울림으로 달려들 뿐이었던 것이었다.

 

 

 

"준비 됐어?"

"응"

"머리를 노리고, 청력이랑 땅울림으로 달려드니깐 최대한 비명이랑 큰소리 내지마"

"알았어"

 

 

 

석진과 정국을 선두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국을 중심으로 좀비를 물리치는 팀과 석진을 중심으로 계획과 좀비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팀으로 서로에게 맞는 걸로 학교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좀비를 물리치면서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학교 통학 버스 안으로 탔다. 졸업이 앞으로 운전면허증을 준비하고 있던 석진이 버스를 운전하면서 그들은 학교를 빠져 나왔다.

 

 

 

 

 

 

 

 

 

 

 

학교에서 나와 본 도시는 눈으로 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황폐해져 갔다. 도로에는 좀비한테 완전히 뜯겨 먹혀 죽은 사람들과 서로 부딪친 차들, 산산조각 나버린 가게 유리창 등 그야말로 영화에서만 보던 모습이 눈앞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버스는 조용한 곳에 주차를 했고, 각자 볼 일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을 때, 석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동생이 존재했고,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에 두통이 머리를 괴롭히고 있었다. 옆에서 조용히 보던 정국은 조심스레 석진의 손을 잡았고, 갑작스러운 온도에 숙였던 머리를 들어올린 석진은 코앞에 있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형,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정국아…."

"그렇게 인상 쓰지 말고, 지금 우리가 필요한걸 생각해봐요"

 

 

정국은 인상을 쓰는 석진의 미간에 검지를 눌렀고, 석진은 그런 정국의 품으로 안겼다. 갑작스러운 일들로 곤두선 신경들이 서로의 체향과 온기로 가라앉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국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석진의 정수리에 뽀뽀를 하고서는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석진 역시 그런 정국이의 행동에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그리고, 둘은 생각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했다.

 

 

 

 

 

 

하지만, 버스에 올라타는 학생들로 둘은 어쩔 수 없이 떨어졌다. 석진은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필요한 음식과 물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있을까 생각을 했지만 이미 좀비들로 가득 찼을 거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석진의 고민을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정국이 석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백화점으로 가요.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백화점... 좀비들이 들어오기도 힘들 거야...!"

 

 

 

멈춰있던 버스는, 정국이 말한 곳으로 가기 위해 시동이 걸렸고, 목표를 향해 바퀴는 굴러갔다.

 

백화점에 도착한 버스는 좀비가 없는 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고, 백화점 안에는 좀비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백화점 역시 생존해있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넓은 백화점 안은 너무나도 고요했고, 혹시 모를 대비를 위해 둘씩 짝을 지어서 생존자를 찾거나 좀비를 찾아서 죽이기 위해 흩어졌다.

 

 

석진과 정국은 백화점의 큰 유리창을 통해 밖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위기의 상황에서 심지어 생명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든 자신이 살기 위해 악해지는 사람도 존재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살겠다고 먼저 도피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민을 버리고 도망간 위의 사람들이 그러했다. 나라의 대통령 역시 살기 위해 도망갔다. 다시 생각해도 나라가 참 잘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정국은 멍하니 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석진의 손을 잡고, 유리창에서 멀어져만 갔다.

 

 

 

 

 

 

 

 

 

 

 

큰 백화점을 둘러 다니면서 발견한 생존자라고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람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어?"

"찾지 않은 곳이 없는데요...?"

"그럼 일단 오늘은 쉬고서, 내일 다시 찾아보자"

 

 

네. 각자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석진은 자신의 옆에 있는 정국에게로 다시 안겼다. 위험한 이 상황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존재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자신을 꼭 안아주는 귀엽고 박력 넘치는 자신의 연하 애인이라는 사실에 석진은 웃음이 났다. 이 넓은 백화점에 항상 사람들이 바글거렸던 백화점에 사람 한 점 없는 것이, 좀비 한 점 없는 것이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국아… 왜, 더 불안할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황 때문에 그래요. 원래 잔잔한 게 더 무섭잖아요"

"넌, 그러지마……"

 

 

응, 그럴게요. 주어 없이 말했지만 정국은 석진이 자신에게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백화점에 온지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좀비나 사람의 머리카락 한가닥이라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있는 백화점에서 좀비 없이 생활하는 거에는 다행이었지만 조용하고, 잔잔한 일에는 언제나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영화 상에서의 윤리였다. 현실에서 일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조용하면 더 무서운 법이었다. 푸드코드에 있는 식품들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이 이상 백화점에만 생활하기에는 힘들었다. 아니, 힘들기보다는 밖의 상황을 알아야 했다. 사실 잠자리 역시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아무리 좋은 침대에서 포근한 이불과 잤다고 해도 잠자리는 악몽 그 자체였고, 그들 역시, 악몽으로 잠을 편하게 자지는 못했다. 눈 밑에 자리잡은 다크서클이 증명을 해주는 듯했다.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먹을 음식들과 음료를 들고 와서는 서로 점심을 먹고 있던 중.

 

 

빵을 먹으며 눈빛으로 인원수를 세던 정국은 인상함은 인지했다. 한 명이 사라져버렸다. 분명히 점심을 구하러 갔는데 약속의 시간이 되어도 그 한 명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을 바라 본 그들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정국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석진은 그런 정국을 바라보고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고, 정국이는 한 명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렸다. 이에 듣고 있던 친구들은 어제부터 이상하다고 말했고, 그와 동시에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각자 무기 들어. 긴장 늦추지 말고, 둘씩 다닌다"

"한 명은 셋 명에서 다녀"

"응"

 

 

정국은 자신의 무기인 야구방망이를 한 손에 꽉 쥐고서는 다른 한 손으로는 석진의 손을 맞잡았다. 불안했다. 조금이라도 떨어져도 싫은 정국은 석진의 손을 꽉 쥐고서는 백화점 안을 잘 볼 수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서 내려다보는 1층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아니, 수천 마리보다 많은 좀비들이 1층으로 와르륵 들어왔기 때문이었고, 이미 1층은 좀비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 짧은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 명의 배신으로 말이다.

 

 

석진은 배신으로 인해 보금자리가 안전하지 않은걸 알았다. 속이 타 들어가는 걸 느꼈고, 애꿎은 자신의 입술을 괴롭혔다. 정국은 그런 석진의 입술에 엄지를 가져다가 입술을 한 번 어루만지고서는 입술 망가지니 괴롭히지 말라고 말을 하며 석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석진은 그런 정국을 보고, 웃으면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갔다. 이 백화점도 이제 좀비들고 가득 찰 것이다. 이 곳을 도망가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석진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서는 흩어져있는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지하 주차장에서 보자]

 

 

문자를 받은 학생들은 석진이 모이라는 곳으로 모이기 위해 흩어져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짝과 함께 조심스럽게 주차장을 향해 갈려고 했다. 아니, 갈려고 했었다. 누군가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학생들을 방해하는 자들은 위험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고, 사나워 보이는 남성들이었다. 석진이랑 정국이의 앞에도 역시 의문의 남성이 서있었고, 거기에는 배신을 한 한 명도 서있었다. 갑자기 자신들을 방해하는 자들에 의구심이 든 석진은 속으로 욕을 내뱉고서는 배신을 한 학생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배신을 한 거야"

"난 배신을 한 적이 없어요. 그저,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도와준 것뿐이에요"

 

 

웃으면서 자신이 한 일이 배신이 아닌, 도움을 준 것뿐이라고 말하는 학생은 웃으면서 석진과 정국을 바라보았다. 정국 역시 몇 달을 같이 반이었던 친구가 이러니 큰 충격을 먹은듯한 표정으로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런 정국의 모습을 본 학생은 큰 소리로 웃을 뿐이었다.

 

 

"아, 그리고 큰 선물이 있어"

 

 

큰 소리로, 웃더니 갑자기 선물이 있다면서 손을 까딱거렸고, 학생의 옆에 있던 남성들은 어디론가 무전을 보내더니 석진과 정국이 있던 층보다 위에 있는 5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렸고, 1층에 있던 좀비들 역시, 그 소리를 듣고서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들리는 비명소리에 석진은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질렀고, 학생은 어림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고개를 손을 까딱거렸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 떨어졌다. 정국은 직감적으로, 아니 떨어진 무언가를 보았고, 더욱 충격에서 벗어나오질 못했다. 그런 정국과는 달리 석진은 떨어지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비명소리와 좀비들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었을 때, 5층에서 떨어진 것은 5층에 있던 두 명의 학생이라는 소리였다. 석진은 으스스, 올라오는 소름에 한 번 몸을 부르르 떨고서는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네요?"

"질러도 저 아이는 돌아오지 않아"

"그렇죠, 좀비들이 더 몰려올 거에요. 피 냄새를 맡고"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도망가라고요, 저 멀리. 가능하다면 말이죠"

 

 

학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비명소리와 함께 한 무리가 또 좀비들 무리로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좀비 몇 마리는 4층까지 올라왔고, 정신을 차린 정국이 야구방망이를 꽉 쥐고서는 좀비들의 머리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런 정국을 보고서는 다시 뒤돌았을 때에는 그들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석진도 지금 도망가야 한 다는 생각에 싸우는 정국의 옆으로 가서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로 좀비의 머리를 내리쳤다.

 

 

"정국아, 우리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해"

"알겠어요. 알겠는데 어떻게 주차장으로 갈려고?"

"비상계단 있잖아"

"그럼, 석진이형"

"응…."

 

 

죽어라 달려요. 정국은 석진의 등을 밀어 달리게 만들었고, 정국은 남아있는 좀비들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쳐서 죽인 다음에 석진을 뒤따라 갔다. 가는 족족 뒤에서 달려오는 좀비를 처리함과 동시에 정국의 얼굴과 옷에는 좀비들의 피가 묻어있었고, 야구방망이 역시 피로 가득 묻어있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편하지는 않았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쉬기를 결정한 석진은 좀비를 물리치느라 힘을 가장 많이 쓴 정국을 비상계단의 비밀통로가 있는 곳으로 대리고가서 쉬게 만들었다.

 

 

"…안 어울려…."

"뭐가요…?"

"네 얼굴에 피가 묻어있으니깐 안 어울려. 정국이는 고귀한 왕자님인데"

"푸흐…, 그게 뭐예요"

"왜에에, 사실인걸"

 

 

 

많이 힘들었지? 땀을 송골송골 흘리며 어깨를 주무르는 정국의 모습에 얼굴에 묻은 피를 다 닦은 석진이 정국에게로 안겼다. 정국은 안겨오는 석진의 뒤통수에 손을 두고서는 더욱더, 자신에게 더 붙게 끌어안았고, 석진은 그런 정국의 등을 작게 토닥였다. 며칠을 보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고, 이전 보다 더 많이 붙어있고, 더 오래 옆에 있었지만 둘의 사이는 더욱 더 애틋해졌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지 하는 것이 서로를 더 위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정국은 이제부터는 구분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은 오직 자신의 연상 애인인 석진이 뿐이었고, 믿을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거였고, 사람 좀비 구분 없이 오로지 석진이만을 보호할 생각일 뿐이었다. 정국은 자신의 품에 있는 석진의 체향을 자신의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형"

"응"

"형은 내가 보호할거에요."

"나도, 널 보호할거야"

"난 형을 죽을 힘을 다해 보호할거에요"

"응, 나도 죽을 힘을 다해야 할거야”

"사랑해요"

"……."

"사랑해요, 석진아"

"…나도…."

 

 

서로의 이마를 마주치고서는 미소를 짓는 둘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들어왔는지 주차장 안에도 좀비 몇 마리가 존재했다. 앞에도 좀비, 뒤에도 좀비떼가 달려오는 긴급한 상황에서 석진은 가장 멀쩡해 보이는 차를 향해 달려갔다. 정국도 그런 석진을 맞추어 달려가면서 좀비를 죽어라 패기 시작했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정국에게 맞아 머리가 날라간 좀비부터, 머리가 으깨진 좀비로 변해 한 마리씩 멀리 떨어져 나갔다. 석진은 그런 정국이에게 엄지를 하나 날려주고서는 잠겨있는 차의 유리창을 깨고서는 밖에서 잠근 장치를 풀고서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정국아! 어서 타!"

 

 

차로 좀비들을 들이 박고서는 좀비들과 싸우고 있는 정국을 태우고서는 좀비의 소굴로 변한 백화점에서 빠져나 왔다. 함께 지냈던 학생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은 3층과 6,7층에 있었고, 3층은 가망이 없었다. 6,7층이면 피하고도 잘 살아 남을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으로 빠져나 온 걸 지도 모른다. 석진은 운전을 하면서 다가오는 좀비들을 다 들이 박고서는 좀비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어쩌면 장소는 정해져 있을 수도 있었다. 그나마 가장 안전할 것 같은 구역. 석진은 운전을 하면서 힐긋 정국을 쳐다보았다. 이미 핏자국으로 본 색깔을 잃어버린 옷부터 핏자국이 굳어, 굳어 검붉은 색이 한 부분으로 덮어진 야구방망이부터 정국이 좀비들을 어떻게 상대해왔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석진은 자신이 생각해둔 장소에 빨리 도착하길 빌었다. 이미 황폐해진 도로는 막힘 없이 차가 달릴 수 있었고, 석진이 도착한 장소는 한강리뷰가 탁 트이고 보이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숨을 쉬고 있는 정국을 흔들어 깨운 석진은 정국을 이끌고 가장 높은 층의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도착한 곳은 긴 복도, 그 끝에 문이 열려있는 현관문에 석진은 정국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석진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정국을 안방에 눕혀놓고서는 집안을 구석구석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구석에 끝 족에 있는 화장실에서 집 주인으로 보이는 시체와 좀비의 시체를 찾을 수 있었다. 두 시체를 화장실 안에 넣은 석진은 집 안에 있는 것들을 대충 챙기고서는 정국에게 향했다. 땀으로 온 몸을 젖 시고 있는 정국을 일단 깨끗하게 입혀줘야 했다. 석진은 집에 있는 정국에게 맞을 만한 옷을 꺼내 들고서는 땀에 젖어있는 옷을 벗기고서는 정국에게 새 옷을 입혔다. 신음을 내는 정국이 걱정된 석진은, 열이 있는지 재기 위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고, 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정국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는 것은 이상했다.

 

 

"정국, 왜 그래…."

"하아…, 모르,겠어요…."

 

 

말하기도 힘들어하는 정국에 석진은 몸에 이상이 있는 건지 찾기 시작했고, 손에 물린 흔적을 발견했다. 그 순간 가장 생각하기도 싫은 경우의 수가 떠오른 석진은 아니길 바랬고, 그 바람은 금방 깨져야만 했다. 석진이 발견한 물린 흔적도 정국이 바라보았고, 아파트에 오기전의 일을 생각해낸 정국은 자신의 상황을 금방 예측할 수 있었다.

 

 

"…흐읏, 형… 떨,어져요"

 

 

정국은 젓 먹던 힘을 내서, 자신 곁에 꼭 붙어있는 석진을 힘껏 밀어냈다. 아직까지 정신이 남아있는 정국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물렸는지 기억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아마도 주차장일 가능성이 컸고, 무언가 따끔함을 느꼈던 적도 주차장에서 느꼈었다. 정국은 차를 구하러 가는 석진을 온 힘을 다해, 죽을 힘을 다해서 석진을 보호하는데 목숨을 걸었었다. 이미 헐거버린 야구방망이였지만 아직까지는 쓸만한 정도의 딱딱함을 보여주는 야구방망이로 몇 마리의 좀비떼들 한테서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한 마리씩, 가끔가다 세 마리씩 죽이는 운도 있었다. 좀비를 처리하면서 석진을 따라가던 정국은 손이 따끔한 느낌을 받았지만 별일 아니라 생각했었다.

 

 

좀비한테 물렸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정국은 현재 몸이 타는 듯했다. 다리에서부터 흐르고 있던 피가 차갑게 굳어가는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혀가 굳어갔고, 심장이 천천히 멎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 시력이 떨어져갔다. 앞이 흐릿하게, 아니 뿌옇게 보이는 정국은 자신의 연인인 석진을 찾기도 힘들었다. 손을 뻗어 손에 온기가 닿기를 원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석진 역시, 마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손을 뻗는 손에 자신의 손으로 잡아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석진은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고서는 정국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뜨거워졌다가 점점 차가워지는 피부에 닿은 따뜻한 온기가 뜨거웠지만 정국은 자신이 직접 석진을 헤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굳어가는 혀에 온 신경을 써, 움직이고 있었다.

 

 

"으어, 어, 흐…, 내가, 이,이성을… 잃기 저,전에"

"……."

"혀어, 형이. 주, 죽,여줘…"

"…하읍."

 

 

뿌연 눈동자로 허공을 보고 말하는 정국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저절로 터져 나오려는 울음소리를 황급하게 손으로 막은 석진은 흐르는 눈물만큼은 막지를 못했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터져 나오려는 울음소리만큼은 막고 싶었다. 하지만 흐느끼는 소리는 막지를 못했다. 정국은 석진이 울음을 삼키는 것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석진의 버릇 중에 하나였다. 소리 내서 울고 싶을 때 울음을 삼키는 것은 버릇이었다. 정국은 의식이 흐려져만 갔고, 더 이상 굳어버린 혀로 인해 말은 나오지 않았다.

 

 

"으…, 으어, 크어억"

"…허어엉…."

 

 

이미 부탁을 했을 때, 정국이 무기를 쥐어준 손을 보던 석진은, 슬슬 이성이 사라지는 정국을 한 번 보고서는,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은색이 가득하고, 사람 비명소리와 좀비의 울음소리, 욕망에 가득 찬 도시와는 다르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른색으로 햇빛을 비추고 있었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수천 마리의 좀비를 바라보는 석진은 손에 쥐어진 무리를 꽉 쥐고서는 입술을 깨물고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좀비가 된 정국을 마주보았다.

 

 

 

 

 

 

 

 

 

 

 

 

 

 

 

 

 

 

 

 

 

 

 

 

정국아, 나의 사랑하는 나의 애인. 전정국.

바보같이 해맑았던 네가, 어느새 나보다 키랑 덩치가 크면서 느꼈어, 너와 함께 여행도 가고 싶었고, 너와 함께 해보지 못했던 밤거리를 거닐면서 수다도 떨고 싶었고, 너와 함께 밤 드라이브도 하고 싶었어. 성인이 아니었기에 못했던 것들을 내가 성인이 되면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운전면허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이런 데에 사용 할 줄은 몰랐다.

 

 

정국아, 네가 없는 세상은 나에게 지옥이란다.

 

 

 

 

정국아,

 

 

 

 

난, 언제나

 

 

 

 

 

너와 함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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